남하부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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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에서 본 남하부엌, 농협 창고를 수선했다.
남하부엌 풍경. 장흥 바깥에서 단체 손님이 왔다.

용산면은 1940년 남면을 용산면으로 개칭하기 전 1886년부터 남상면과 남하면으로 불리었다. 대체로 부용산 아래 펼쳐진 남상과 달리 남하는 바닷가에 인접해 있다. 지역의 환경과 물산에 따라 조금은 다른 문화정체성을 형성했을 것이다. 남하는 남상과는 달리 아직도 ‘남하수퍼’에서 보듯 남하라는 지명을 많이 사용한다.

서너 해 전 남하 덕암리 농협창고를 수선하여 ‘남하부엌’이 문을 열었다. 파스타와 하몽이 특장이다. 남하부엌을 운영하는 부부는 인천에서 내려왔다. 부인 홍성순은 그 곳의 음식을 책임지는 세프다. 남편 성일경은 화가 겸 목수다. 지금은 소문이 나 전국에서 손님이 온다.

어느 날 들렸더니 바느질드로잉(실드로잉) 작품으로 유명한 마문호(마C) 작가와 성일경 목수가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작품을 가져와 오늘 처음 남하부엌에 설치했단다. 이야기 나누느라 찬찬히 살피진 못했지만 비닐 천막에 실도로잉으로 바느질한 동물과 사람의 형상과 어울림이 다정하면서도 특별했다. 남하부엌은 여러 작품들이 번갈아 전시되는 하나의 화랑이다.

성일경은 장흥 남하에 정주하면서 화가 보다는 목수를 택한 듯 보인다. 용산면에는 부용산에서 발원한 남상천이 면소재지를 거쳐 칠리안속 마을에 비옥한 농지를 생성하고, 남하부엌 앞으로 흐르다 남포 바다와 합류한다. 성일경 목수는 이 남상천을 따라 남포 바닷가까지 노 저어갈 수 있는 배(카누?)를 제작했다. 아주 멋지고 낭만적인 상상력의 산물이다. 2020년 봄에는 이 배를 타고 바다로 나아갈 수 있을까.

성일경은 이 남하에 뿌리박으려 작정한 듯하다. 예술과 생활과 인문이 어울리는 남하를 실현하고 있다. 2018년에는 한국록의 대부 신중현과 한대수 음악을 신명나게 해석하여 흥으로 연주하는 일본인 가수 사토 유키에가 와서 남하부엌에서 공연을 펼쳤다. 앞으로 이 남하에 여러 작가와 예술인들이 난장을 펼칠 갤러리도 구상하고 있다. 무얼 만들어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나무의 결과 마음을 나누는 목공예활동을 용산마을학교 아이들과 하고 싶다고도 말했다. 장흥에 와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과도 세계시민으로 잘 어울려 살고 싶다고 했다.

남하부엌에서. 왼쪽부터 마문호 작가, 성일경 목수
남하부엌 풍경. 벽면에 마문호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남하부엌 입구
변대섭 작가의 작품 전시장에서 이야기하는 성일경
용산마실장에서 커피를 내리는 성일경 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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