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병이 든 고등학교시절과 억불 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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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2학년 되든 해에, 2학년 초 되든 해에 특활이 처음 생겼어, 우리 교육사상. 근께 그 해에 특별활동이라고 하는 것이 처음 생겼어. 그래가지고 어 인제 그 금요일 네 시간 오전에는 하고 오후에 다섯 시간 여섯 시간, 오 교시 육 교시를 특활이라고 해가지고 활동을 해. 전부다 다 자기 가고 싶은 데로 가고 그랬지.

그랬는데 그 나는 그때 그 회진에 사는 내 친구가, 그 친구는 나보다 훨씬 더 문학을 빨리 했지. 그 문학을 빨리 했는데, 근께 문예부가 뭔가 문예가 뭔지를 알았어, 나는 문예가 뭔지를 몰랐는데. 어 인자 특별활동 반이 이렇게 나눠지는데 거 어디로 갈지를 모르고 운동장에서 헤매고 있는데 그 친구가 나보고 문예반에 가자고, 그래갖고 그 친구 따라서 갔지.

그랬드니 담당선생님이 김용수 선생이라. 그러구 그 김용수 선생은, 고등학교 내가 2학년 때닌까 3학년 다니는 그 송기숙이 문학공부를 한다는 것을 알았어. 그래갖고 송기숙을 문예반장으로 하고 나는 인제 문예부원이었지. 그래서 인제 그 활동을 시작을 했는데. 그런데 인제 그 문예반에 막 들어갔는데 인제 머인가 담당선생이 다음 주 금요일에 오면서는 그 시를 써오든지 소설을 써오든지 수필을 써오든지 다 한 편씩을 써가지고 오라고 그랬어.

그래서 나는 그때부터 열심히 썼지. 근데 그때는 어 내가 원도리서 자취를 했는데 자취방 바로 앞집에 그 중학교 2학년 다니는 처녀가 하나 있었어, 여학생이. 그니까 그 여학생들은 그 당시에 책을 이렇게 막 빌려보는 것이 유행을 했어. 그래갖고 인자 책이 어디서 나오는지는 모르는데 그 책이 돌아댕기는 거야. 그러면 그것을 그 처녀는 그 책을 빌려. 그래가지고 학교 안에서 수업 쉬는 시간이라든지 아무튼 그 학과 시간이라든지 이런 때 다 읽어. 그러고 집에 올 때까지 다 읽고 그 책을 나한테 빌려주는 거야. 동생을 통해서 나한테 빌려줘. 그러면 인제 저녁밥 묵을 때 그때 책을 받지. 그래가지고는 밤새도록 그래갖고 새벽에 그 책을 다 읽어. 그래가지고 동생을 통해서 주면 그 처녀가 책을 돌려주고. 이런 식으로 이렇게.

(조사자 – 그때 주로 어떤 책이었습니까?)

잡독이지 그야말로. 그 당시에 무슨 그 어 누구냐 그 당시에 저 김내성의 애인이라든지 방인근의 소설이라든지 아무튼 그런 소설들이 많이 있었어. 정비석의 소설이라든지 음 머인가 김내성의 청춘극장이라든지 아주 그 청춘극장은 아마 번안소설일 거야. 그러구 그 암굴왕을 번안한 것이 진주탑이라는 소설이야. 좌우간 암굴왕이란 동화도 있고 삼총사라든지. 아무튼 어느 날은 동화 읽다가 어느 날은 무슨 그 섹시한 아조 그 대중소설 읽다가. 머 이런 식으로 이렇게 먼가 이광수의 흙도 읽고 무슨 이광수 원효대사도 읽고 그런 식, 아무튼 내가 그 고등학교 시절에 그런 책들을 수 없이 많이 읽었지.

그랬는데 인제 그걸 써 오라고 그래서 내가 단편소설을 하나 쓴 거야. 처음으로 단편소설을 한 30장정도 써서 내가 냈지, 인자 다음 금요일에. 갖다 내닌까 그랬드니 누구 보고 읽으라 그랬어. 읽으니 학생들은 전부 다 듣고. 다 읽었는데, 다 읽고낫더니 그 김용수 선생님이 그걸 다 들어보고 나서 나보고 그래, 아니 저 학생들 앞에서 “이 학생은 앞으로 훌륭한 소설가가 될 것이다”고. 그닌까 오직이 잘 못 쓴 소설이었것지. 잘 못 썼지만 학생한테 용기를 주고 인제 느그들도 이렇게 써 오너라, 그렇게 할라고 했것지. 그래서 그 선생님 그 말씀을 듣고, 아 내가 소설가가 되아야 되것다, 그 생각을 했지.

그래가지고 그 선생님한테 그 얘기 들은 다음부터는 내가 문학병이 들어분거야. 그래갖고 착실하게 공부하고 그랬는데 공부 안 하고 맨 소설만 읽고. 그래서 그 김용수 선생의 그 마음과 한 마디가 내 운명을 바꿔논 거야. 그래가지고 인제 그 억불, 인제 억불이라고 하는 교지 창간을 했어. 인제 억불이라는 교지 창간을 한데 그때부터 문학병이 들었으닌까. 교지 인자 편집하는데 쫓아댕기고 그러고 인제 날마다 원고 정리하고, 그렇게 해서 억불 창간을 했는데.

그래서 내가 그 소설을 문예반에다 제일 첫 번째에 제출한 거 그 소설을 내가 냈어, 그 억불 교지에다가. 그러고 그 놈만 냈으면 그걸 실어줬을 거야. 그랬는데 내가 또 수필을 한 편 또 냈어, 실어줄줄 알고. 그랬드니 그 송기숙이 낸 소설을 싣고 내 것은 수필을 실어분거야. 그래서 나는 교지에 수필을 실었고 송기숙은 인제 소설을 실었고, 그렇게 된 거야.

구술 한승원(안양면 율산마을) 정리 문충선 사진 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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