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면 남포리 소등섬 당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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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군 용산면 남포리에서는 매년 음력 정월 대보름 날 약 5백 년 전부터 마을앞 소등섬에서 당제를 지내왔습니다. 남포리마을은 임권택감독의 영화 “축제” 촬영지와 소등섬 일출과 굴구이로 유명한 마을이다.

장흥군 용산면 남포리 소등섬 당제입니다. 당제를 지내고나면 마을의 집집을 돌며 지신밝기를 하였다고 합니다. 올해는 산정마을까지 대여섯 집의 지신밝기를 한다고 합니다. 옛날엔 보름날 시작한 풍물놀이는 보름간 계속되었다고 합니다.

내가 어릴 적 우리 마을도 정월달 내내 풍물이 울렸던 기억들이 생생합니다. 옛날엔 집집마마다 마을마다 온 나라에 잡귀신이 너무나 많이 살고 있어서 풍물로 잡귀들을 내 쫒아내야 건강하게 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많던 잡귀신은 아마도 항상 낮처럼 밝아진 밤이 되어버린 전기가 들어오면서 부터 어디론가 도망을 간 것 같습니다. 곳곳에 늘 마주쳤던 도깨비불도 이젠 다시는 볼 수 없습니다.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면서 도깨비불도 사라졌습니다. 종종 마을의 힘 약한 분이 도깨비한테 홀려 어디론가 끌려갔던 일도 이제는 사라졌습니다. 문명의 발달은 사람이 사는 세상과 귀신이 사는 세상에서도 큰 변화가 있는 것 분명합니다.

바다를 끼고 있는 마을은 아직 이렇게 당제를 지내는 곳이 조금은 남아 있습니다. 바닷가에서 지내는 제사는 사실 내륙의 제사보다 더 간절합니다. 내륙에서 올리는 제사는 일 년 동안 농사가 잘되라고 지내는 기원의 제사가 대부분이지만 바닷가 제사는 내륙에서 빌지 않는 기원이 담겨 있습니다. 바다에서 고기를 많이 잡고 큰 태풍 만나지 않고 살아달라는 기원과 더불어 바다에 나가 태풍을 만나 세상을 떠난 분들을 위로하는 기원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삶과 죽음, 우리에게는 삶과 죽음과 모든 게 연계되는 제 의식입니다. 종교가 다변화되면서 미신으로 치부되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항상 자신들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을 위한 기도를 합니다.

장흥군 용산면 남포리 당제입니다. 소등섬은 신이 사는 섬입니다. 누군가 소등섬에 들어가 보리수나무 보리똥열매를 따 먹고 입이 틀어졌다고 합니다. 누군가 부정을 탄 사람들이 소등섬에 함부로 들어가면 병이 난다고 남포리사람들은 말합니다. 그런데 20여년전 소등섬에 보관했던 제를 올리는 제기들을 도둑맞았다고 합니다. 그 제기를 가져간 도둑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일제강점기 때도 한국전쟁이 일어났던 시절에도 남포리 사람들은 소등섬에서 제를 올렸습니다. 소등섬 당제는 단 두 명이 들어가 먼저 제를 올리고 풍물패는 제를 마친 제주가 소등섬에서 불을 피우면 그 때 소등섬으로 들어간다고 합니다. 소등섬은 신이 살고 있는 성스러운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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