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석 음악프로듀서 겸 연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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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전 광주에서 귀촌했을 때 정명석은 장흥읍에서 음반가게를 하고 있었다. 음반을 팔며 사람들에게 기타 레슨을 했다. 아들과 유치 산골에서 살던 때인데, 심심한 중학생 아들이 정명석에게 기타를 배웠던 기억이 아련하다.

얼마 후 명석은 ‘필소굿’이라는 라이브카페를 차렸고, 우려와 달리 청장년들의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으면서 지금까지 롱런을 하고 있다. 물론 술만 파는 곳이 아니다. 그 공간에서 영업시간 전에 지역 아이들에게 드럼과 기타를 가르치는 교습소 역할을 오랫동안 해왔다.

또한 지역의 문화예술 행사 공간으로도 손색이 없다. 2006년 영화 ‘천년학’을 장흥에서 촬영할 때는 작가 이청준, 감독 임권택, 배우 오정해 등이 수시로 와서 이야기와 소리를 풀어냈다. 2014년에는 장흥마을신문 ‘마실가자’ 1주년 기념행사가 펼쳐졌고 2015년에는 작가 한승원 작품 ‘물에 잠긴 아버지’ 낭독극장이 ‘필소굿’에서 열렸다.

명석은 기타만 잘 치는 것이 아니라 판소리 고수로 북을 친다. 지역의 이런저런 전통예술공연에서는 북을 잡고,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거리에서는 기타를 메고 노래를 한다. 지역의 소소한 공연 자리에서는 음향을 책임지기도 한다. 또한 장흥지역 여러 학교에 들어가서 밴드 선생으로 아이들을 가르쳐 왔다.

명석은 방과후 학교 밴드 교육을 이야기 하면서 장흥에 중년층의 문화공간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본인들의 아이가 악기연주를 하나쯤은 배웠으면 좋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이에게 “이거 배워라 저거 배워라” 할 게 아니고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아이와 함께 밴드공연을 본다든지, 음악영화를 함께 본다든지, 작은 공연이라도 함께 보면서 아이에게 꿈을 심어주는 그런 식의 방법으로 아이가 악기를 배우고 싶어 하도록 만들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악기를 익히는 데는 연습량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연습공간이 필요 하지요. 장흥군의 경우 학교 외 연습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청소년들만 이용할 수 있는 청소년수련관, 노인들만 이용할 수 있는 노인복지관이 있습니다. 하지만 중년층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은 없습니다.”

“장흥에 복합문화공간(구교도소 부지)이 생긴다면 주말에도 이용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밴드연습실(합주실1+개인연습실3), 지역에서 활동하는 풍물패 연습실, 국악실(판소리, 판소리고법, 가야금, 민요), 댄스(요가, 한국무용포함), 연극, 통기타모임 등 여러 단체들이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 절실하다고 생각됩니다. 한가지 만 더 욕심을 부린다면 외부에서 활동하면서 공연에 참여하거나, 지도를 목적으로 장흥을 방문하는 예술인들이 잠시라도 머물다 갈 수 있는 숙박시설도 두세 개 정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중년의 삶을 사는 명석의 고민이 물씬 묻어나는 이야기다. 우스개 소리로 “우리 중년문화공간은 필소굿이 있는데” 하니 그냥 웃는다. 장흥에서는 지금 구교도소 복합문화공간 조성사업에 대한 관심이 아주 많다. 지역민을 위해서도 우리 중년층의 삶의 질을 위해서도 복합문화공간 조성 방향은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명석을 포함한 지역문화예술인이 참여한 TF팀을 꾸려 장흥군과 폭넓게 논의하는 테이블이 필요한 시점이다.

학생운동가 김준배 열사 추모식 무대에서 노래하는 정명석_장흥읍 충렬리 김준배 추모공원에서
작품 ‘물에 잠긴 아버지’ 낭독극장 무대에 선 한승원 작가_필소굿에서
천도교장흥교당 작은 음악회에서 노래하는 정명석
가여금연구소 ‘에움’ 음악회 ‘가야금 산조 이야기’에서 북을 잡은 정명석
필소굿에서 악기를 배우는 아이들
자신이 운영하는 라이브카페 필소굿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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