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몰… 기억과 상처의 슬픈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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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수몰마을문화제를 기억하며

1997년 유치면 신월리 마을
2019년 유치면 신월리 마을

수몰민은 누구일까. 수몰민은 고향에서 쫓겨나는 고통과 고향집을 팔아먹은 죄의식으로 복잡한 상처를 지니게 된 사람들이다. 그래서 수몰민은 정다운 이웃들, 눈 뜨면 늘 보이던 앞산, 오래된 골목길의 풍경, 한여름 시원한 정자나무 그늘 같은 마을 공동체문화를 박탈당하고 꿈속에서나 겨우 동무를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다.

황망히 고향집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은 고향 사람들이 모일 상징적인 장소에 표지석(망향비)을 세우고 몰라보게 늙어버린 노인이 되어 다시 고향을 찾았다. 들어보니 건강했던 사람들도 고향을 떠나 객지를 떠돌게 되면 허망하게 빨리 죽는다고 한다. 고향마을이 넉넉하게 주었던 정서적 안정감이 무너진 까닭이다.

이제 수몰민은 도회지 아들네로 이사 갔다 다시 고향 근처로 내려와 살거나, 딸네서 죽어 주검으로 고향 산천에 묻히는 슬픈 존재로 남았다.

수몰 전야의 팽팽한 긴장을 풀어 헤친, 사라지는 모든 생명들의 진혼굿. 2002년 여름 장흥 유치 덕산마을의 “수몰마을문화제”. 작가는 카메라를 들고 그 자리에 있었다.

꽹과리를 두들기며 곧 물에 잠길 마을길을 따라, 바람에 무심하게 몸을 맡긴 채 하염없이 날리던 만장의 몸짓인양 흔들리며, 분명 흥에 겨운 신명난 자리가 아닐진대, 마을 골목길을 돌며 이제 꿈속에서나 볼 집마당을 욱신욱신 밟으며, 마을사람들의 슬픈 어깨춤에 장단 맞춰 마지막 통곡을 외치던 날.

달빛 속에서 마을 아낙네들의 처연한 몸짓으로 중로보기(강강수월래)가 열렸던 당산나무 앞마당…

이제 모든 것이 스러지고 망향비 앞 고요한 물로 남은 고향마을에 정말 아무도 살지 않는 것일까. 사람과 나무와 그리고 들과 물고기와 새들. 그리하여 이 모든 생명들이 왁자지껄 악다구니로 살았을지라도 서로 다정했던 마을공동체는 영영 사라진 것일까.

고대로부터 현대까지, 고인돌과 임란의병과 동학농민군,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가 살고 죽었던 역사. 1950년 전후 이웃 사이에 총칼로 피 흘렸던 치명적인 상처와 피땀으로 지켜온 삶의 흔적들을 작가는 기억하고 있다. 작가는 운명적으로 그 상처를 기억하고 있는 자이다.

지역에서 사는 작가와 문화활동가는 관념으로써가 아니라 온몸으로 부대끼며, 마을을 아주 친숙하면서도 생생하게 또한 너무나 낯설게 경험하고 기록하는 자이다.

수몰은 사람의 고향만 빼앗아 가는 것이 아니다. 새들의 집도, 물고기의 집도, 그래서 사람과 새와 물고기와 나무가 서로 나누며 살아왔던 그 대자연의 공동체 전체를 파괴하는 일이다.

서있는 운명인 나무들은 잘리어 송두리째 팔려갔고 그 나무에 보금자리를 잡아 살던 새들은 날 수 있기에 어딘가로 이사를 갔다. 더 이상 강은 흐르지 않는데 그렇다면 물고기들은 어디로 갔을까. 모두 철거당했지만 같은 물이기에 그냥 물속에서 잘 살고 있는 것일까. 흐르는 얕은 물에서 노닐던 물고기들이 깊은 호수로 잠긴 댐 안에서도 잘 살고 있는 것일까.

상처는 몸에 각인되고 대물림되며 내면 깊숙이 웅크리고 있을 터. 상처 입은 물고기의 자식도 그 상처를 내면화하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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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우리는 수몰의 슬픈 상처를 아주 뼈아프게 기억하는 하나의 형식을 만나게 되었다.

슬픈 상처의 기록자로서 작가는 아주 오랫동안 수몰의 아픈 기억을 보듬고 지역문화활동가로 살아가리란 예감이다.

이제 은어는 영영 유치 암챙이골짜기로 오르지 못할 것이다.

사진 마동욱/사진작가 글 문충선/마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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