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소의 학교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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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과 문학적 상상이 합리적 논증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필수적인 구성 요소를 제공해 준다.

어딜 좀 갔다 오는 바람에 점심때를 놓쳤다. 이대로 들어가 밥을 지어 먹기에는 찜통에 폭탄 하나 던지는 격 같아 시내로 차를 돌렸다. 이른 저녁 겸하면 되지 싶었다. 오후 세 시가 넘었다. 어디 잘못 들어가면 한창 쉬고 있을 때 눈치 받기 십상이니, 중화요리가 무난하다 할 것이다.

역시다. 읍내 꽤 알려진 곳이라 손님들이 적지 않다. 배달하지 않는 정통 중화요리의 자존심이 문전성시로 입증되고 있었다. 대중식사 중화요리, 간판을 이렇게 다는 중국집은 갈수록 드물다. 대중식사 중화요리 이런 말이 얼마나 더 눈에 띌 것인지, 정감 넘치는 말들이 자꾸 없어져 가고 있다.

이열치열. 어차피 세상 찜통이니 열 더 내는 것이 더위 넘어가는 방편 중 하나라 여기고 짬뽕 주문. 주문하고 심심파적 가방에 든 책을 펼쳤더니 괜찮은 대목이 하나 있었다. “스토리텔링과 문학적 상상이 합리적 논증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필수적인 구성 요소를 제공해 준다…”는 문장이 맘에 들었다.

시카고 로스쿨의 마사 누스바움 할머니가 쓴 책이다. 47년생이니 우리 나이로 일흔인데, 저술과 강의 등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한다. 수치, 혐오심, 사랑 등 감정에 대한 철학적, 문학적, 심리학적 접근과 분석으로 이름을 떨치고, 로스쿨에서 문학과 철학을 예비법조인에게 가르치는 모양이다.

요즘 나라를 시끄럽게 만드는 인물들이 대체로 법조인들이다. 판사나 검사를 하다 변호사를 한 인물들이다. 교육부 정책기획관에서 파면 당한 이도 고시 출신이고. 고시를 통과한 이들이니 나름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 할 만하다. 시험 보는 공부도 공부인 셈이고, 그 공부를 잘해서 출세를 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들 출신들을 보면 나고 자라는 과정이 그다지 유복했다고 볼 수는 없다. 풍족한 가정환경이라기보다는 대체로 농촌 출신들이다. 힘들고 어렵게 공부해서 출세한 것까지는 좋은데, 욕망을 통제하는 지혜는 배우거나 터득하지 못한 모양이다.

현직 검사장과 청와대 수석(그것도 인사 검증을 하는 민정수석)이 권력을 배경으로 악취 진동하는 치부를 대놓고 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나라가 어떤 상태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은 ‘소명의 기간까지 고난을 벗 삼아’라는 우주적 화법으로 우이독경 동문서답이다. 그 밥에 그 나물, 유유상종이다.

앞서 말한 마사 누스바움은 시카고 로스쿨에서 ‘법과 문학’이라는 강의를 하면서, 예비법조인들과 “문학작품들과의 연결고리 속에서 우리는 동정과 자비, 공적 판단에서 감정의 역할, 그리고 나와 다른 타인이 처한 상황을 상상하는 데 필요한 것 등에 토론하고, 존엄성과 개별성을 부여받은 그 자체 목적으로서의 인간을, 또 다른 경우에는 모호하고 식별불가능한 단위로서의 인간을, 혹은 타인의 목적을 위한 단순한 수단으로서의 인간 등을 포함해, 성, 동성애, 인종 등 보다 구체적인 사회 문제들도” 학생들과 함께 논의하고 토론했다는 것이다.

미국이라고 해서 범죄가 없고, 상류층이 절대적 윤리성을 실천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대한민국보다는 부정부패, 비리 등이 훨씬 덜하고, 특히나 기소권을 갖고 있는 검사, 판결을 내리는 판사 등은 최소한 우리 수준은 아니다.

철학, 문학, 역사(문사철이 되는데), 소위 인문학 공부는 시험을 위해서가 아니라, 시험을 통과한 이후 더 품격 있고 깊이 있는 삶을 위해서 필요하지 않겠는가, 이런 생각이 든다. 물론 법을 집행하는 데 있어서도 훨씬 더 깊이 있는 사유와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 분야만 철저히 집중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려서부터 다양한 경험, 인문학과 자연과학 등 다양한 교양을 접하고 쌓은 다음에 집중해야 그 집중도가 심화될 것 같고, 깊이와 넓이가 있는 몰입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부하 검사에게 비인격적 대우를 했던 부장검사 한 명도 오늘 뉴스를 보니 해임되었다고 한다. 나라의 기강을 바로잡아야 할 검사들의 행태가 도를 넘어섰다고 보인다. 통제 받지 않는 권력 중의 권력이다. 안하무인이다. 검사들을 보면.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분에게도 온갖 인격적 수모를 주고 비극을 만들어낸 배후세력도 검사들이다. 검사가 되면 대통령 되는 것보다 더 우쭐해지는 모양이다.

제도도 과감하게 개혁해야겠지만, 법조인이 되는 과정에서부터 인간에 대한 이해와 예의, 청빈한 삶이 왜 어렵고도 존경받는 것인지, 권력은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공적인 것이라는 점 등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하려면, 철학 문학 예술 역사 자연과학 등을 두루 깊이 있게 배워야 하지 않을까… 뭐 현실성은 전혀 없는 것 같지만, 그런 생각이 찜통 같은 더위에….오늘 점심은 삼선짜장면을 할까나, 냉콩국수가 좋을까…. 오전 10시인데 벌써 30도!!

윤영소 대안교육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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