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詩! 너 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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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는 화창하여 사진 찍기 좋고 노랗게 익은 감들로 가지가 부러질 것만 같다. 이만하면 먼 데 사는 친구에게 가을정취를 담아 소포로 보내도 되겠다. 그것이 번거롭다면 당신의 또 다른 신체적 확장인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거나 소리를 녹음하여 보내는 것은 어떨까. 예컨대 사진을 찍어서 너 다섯 줄의 시를 쓴 후 낭독하여 그리운 사람에게 보내는 것이다.

장흥군 용산면 월림마을 할머니들과 장흥 마을신문 학생기자들 20여명이 문화공간 <오래된 숲(장흥읍 송산길 59)>으로 모였다. 디카시를 쓰기 위해서다. 지난 9월 5일 문을 연 ‘장흥문화지소’의 첫 파일럿 프로젝트다. 구약성경 욥기에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욥 8:7)”는 말이 떠올랐다.

오늘의 초대 손님은 국내 유일 디카시 전문잡지 계간 《디카시》주간을 맡고 있는 최광임 시인이다. 최 시인은 한국에서 시작된 디카시가 시문학의 한 장르임을 강조하고 세계적으로도 한류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데 공헌할 것이라고 했다. 한 시간 가까이 디카시를 창작하는 방법에 대해 강연을 들은 후 ‘오래된 숲’을 중심으로 각자의 마음에 와 닿는 피사체를 찾아다니느라 렌즈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월림마을 할머니들은 운신하는 데도 힘이 버거우시다. “요 감나무 좀 찍어봐”, “쩌그 서 있을랑께 지붕이랑 같이 찍어봐”, “우리 아저씨 이야기 쓸랑께 지게하고 바작을 찍어야 쓰것는디”……

그리하여 탄생한 디카시들은 이렇다.

영감

우리 영감은

지게도 바작도

좋아하시더니

다 버리고

한 겨울에 가부렀어

친구에게

해마다 크고

해마다 여니라 고생한다

나는 가더라도

너는 천년만년 살거라

조화

이 꽃밭은 뭔가 이상하게 잘 어울린다.

마치 우리 마을신문 멤버들을 보는 것 같다.

한 명 한 명 한 꽃 한 꽃 잘 어울리는 꽃밭 같다.

오래오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꽃밭이 되자.

손자나 다름없는 마을신문 기자들과 한글을 쓰고 읽는 일이 많지 않는 할머니들의 짬뽕 미팅으로 최시인은 진땀깨나 흘렸다고 했다. 여태 “청소년이면 청소년, 성인이면 성인을 대상으로 한 강좌는 많았어도 오늘처럼 전혀 다른 세대를 대상으로 디카시 강좌를 열어본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수준 높은 자응의 중학생 마을기자와 지혜로운 할머니들은 최 시인의 곤혹스러움을 이미 간파하고 있기라도 한 듯 세 시간이 넘는 프로그램을 아무렇지도 않게 소화해냈다. 심지어 어느 순간부터 강사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 번지고 있었다. 저들의 표정을 보시라.

디카시 (dica_poem)

ㅇ디지털카메라(스마트폰 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과 함께 5행 이내의 문자로 표현한 시다.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문학 장르로, 언어 예술이라는 기존 시의 범주를 확장하여 영상과 문자를 하나의 텍스트로 결합한 멀티 언어 예술이다. 디카시는 한국이 처음 사용하는 문학 용어로서 디지털 시대 세계화를 이룩하기에 충분한 문화콘텐츠이다.

ㅇ디카시의 가장 큰 특징은 문자를 아는 사람이면 남녀노소 누구나 쓸 수 있는 대중성을 기본으로 함과 동시에 예술성 높은 시문학 장르이며, 디지털 시대 고품격 문화콘텐츠라는 점이다.

ㅇ2018년부터 중고등 국어 교과서에 디카시가 수록되었으며 2019학년도 6월 고2 전국연합학력평가로도 출제되었다. 뿐만 아니라 현재 디카시는 각종 공모전을 통해 지역의 전통과 우수한 문화를 알리고 있다. 지역디카시페스티벌을 통해 유수의 문학인과 지역민이 함께 즐기는 축제로 자리매김 하는 등, 지자체의 문화관광 사업의 우수한 콘텐츠로 부상하고 있다.

ㅇ2018년부터 디카시는 문학 한류를 주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국, 인도네시아 등 일반·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국제한글디카시공모전을 개최해오고 있으며, 계간《디카시》잡지를 통해 각국 시인들의 디카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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