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근화 인문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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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사는 장흥유치 산골집 방문 앞에서 포즈를 취한 백근화 인문활동가

6년 전 서울에서 장흥으로 귀촌한 딱 봐도 ‘서울 촌놈’이다. 지금은 장평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칠순을 훌쩍 넘긴 할머니들에게 한글 공부를 가르치고 있다. 장평면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나 할아버지들은 쭈뼛쭈뼛 근처만 맴도시는 관계로 수업 참여는 할머니들 차지다. 한글을 모르는 분들이 많아 <자서전 쓰기 강좌>는 한글 수업부터 시작한다. 그리고는 금세 한글을 떼고 본격적인 자서전 쓰기에 돌입한다.

이렇게 진도가 빠른 데는 먼저 할머니들의 학구열을 꼽을 수 있겠다. 그러나 한편 그의 드높은 강의 실력과 그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말빨’을 간과해서는 곤란하다. 대개 1년여의 시간을 소요함에도 수업이 끝나는 11월 무렵이면 할머니들은 당신들의 생애를 그림과 시와 수필의 형식을 빌려 뚝딱 한권의 책으로 만들어 버린다.

백근화는 어른들하고만 살가운 게 아니다. 그와 이야기 하다보면 다음 세대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품속 깊은 곳에 깃들어 있음을 금방 알게 된다. 2018년 <인문활동가 양성 파견 사업>을 통해 ‘청소년들이 쓰는 할머니 할아버지 구술생애사’ 두 번째 권 《모든 날, 모든 순간》을 펴냈다. 2017년 《인생 플레이 리스트》에 이은 연작이다. 그는 지역의 세대 간 소통과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역사를 교과서나 미디어를 통해 접했을 청소년들이, 같은 거주 지역 노인들의 생생한 체험을 전해 듣고, 역사라는 것이 사실은 구체적인 우리네 삶 자체였음을 이해하는 기회를 얻었을 것이다. 또 문화격차 등 세대 간 인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연대의 기회를 만들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오래된 숲에서 18번 ‘돌아가리라’ 노래하는 백근화 인문활동가
‘오래된 숲에 사는 멧돼지’ 펍에서
어느날 장흥유치 산골에서 ‘머루’란 이름을 가진 개와 함께
한글교실에서 나온 또 다른 할머니의 작품
장흥군 장평면 한글교실 ‘똑똑똑 안녕 내인생’에서 할머니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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