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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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암이발소

– 아, 칼질을 육십 년을 했어, 면도칼로 그림을 그리라면 그리제

안양면 모령리 풍암마을 풍암이발소에 들어가니 4-50여 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입니다. 두세 평 남짓한 공간은 낡고 오래된 이발소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내가 살았던 유치에도 이발소는 면소재지에 하나뿐이었습니다. 70년대 널빤지에 앉아 이발사의 처분만을 기다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나라와 학교에서 학생들의 머리 길이까지 정해서 강제했습니다.

머리 깎으러 동행한 무영스님이 아주 오래된 의자에 앉습니다. 할아버지 이발사는 머리에 비누칠을 한 다음 바리캉이 아니라 긴 면도칼로 스님의 머리를 배코(白會 정수리-머리를 면도로 밀어 빡빡 깎다) 칩니다. 50여 년을 이 자리에서 이발소를 운영해왔다는 전명기 이발사(77세)는 배코를 치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며 조심스럽습니다.

스님 머리 배코를 치며 우리는 이런저런 얘기를 나눕니다.

(문) 60년대 당시에는 아이들이 동네에 많았을 텐데요.

(이발사) 한 달에 한 번씩 머리 짜르러 왔어.

(문) 그때 요금은 얼마였스까.

(이발사) 30원 40원 50원 했어.

배코를 치다 할아버지 이발사가 묻는다. “안 아프요…”

스님 왈 “네, 아주 참 잘 하시네요. 섬세하세요.”

(이발사) 위험하죠. 신경을 많이 써야 해요.

(문) 이발소에서는 아무리 높은 사람도 꼼짝 마지…

(스님) 숙이라면 숙여야 되고, 제끼라면 제껴야 되고…

(문) 제일 높은 사람은 누가 왔어요.

(이발사) 없어요. (문) 면장 (이발사) 파출소장이나…

(문) 옛날에는 날이 더 길었죠.

(이발사) 요거이 면도기, 이게 바리깡 (보관함에서 내다 보여준다)

(문) 이 동네 사람 치고 이 이발소에서 거의 다 이발을 했겠네요, 얘들이고 어른이고…

(이발사) 팔구십 프로는 그러제.

(지산) 어르신 머리는 누가 해요.

(이발사) 장흥 나가믄 목욕탕에서 해부러, 내가 혼자 많이 하고…

스님 머리 배코가 다 되었다.

(이발사) 시원 허것소.

(스님)아, 좋습니다. 손이 참 섬세하시네.

(이발사) 면도칼 그림을 그리라면 그리제…

(스님) 잘 생겼네…(자신 얼굴에 머리에 스스로 반했다. 그리고 문과 옥신각신)

(문) 진짜 어르신 말씀 따나 면도칼로 그림을 그려도 잘 그리시겠네.

(이발사) 이발 한지가 육십 년이여, 아 칼질을 육십 년을 했다믄… 이 자리 서는 50년, 옛날 견습생 일본말로 미나라이 라고…

(문) 그럼 이발 기술도 일제 강점기 때 들어왔겠네요,

(이발사) 그랬것제…

(문) 스님은 어렸을 때 부잡해가지고 박이 터졌을텐데… 이발 하다보면 옛날 애기들 박 터진 애기들 많죠.

(이발사) 박 터지먼 된장 발라불어, 지금 같으믄 깜짝 놀라제…

(문) 근데 이발하시다 보면 조금 까다로운 머리털이나 머리 두상이, 어떻게 생긴 사람이 힘들어요…

(이발사) 많이 있어. 쭈욱 내밀고 쑤욱 들어간 사람이 힘들어… 꼽술머리도 있고 말총머리도 있고, 뻐신 거…

이발소 운영해서 아이들 키우고 대학 보내고 한 생을 살았답니다. 배코는 미완이었습니다. 백회 주위의 머리털이 듬성듬성 남아있습니다. 그래도 이발사와 스님은 활짝 웃으며 배코 기념사진을 찍습니다.

글 문충선 사진 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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